[음악의 선율] \\\
1. 베토벤, 교향곡 제5번 ‘운명’ \\\
2. 오케스트라의 구성과 소리 \\\
3. 쇼팽, 빗방울 전주곡 \\\
4.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제2번 \\\
5. 박수야 도와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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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캐스트 미술의 세계 테마로 보는 미술 사조와 장르 28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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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풍경화의 기원
영국 풍경화의 기원은 17세기 플랑드르 및 네덜란드 미술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찍이 풍경화 전통이 발전한 플랑드르(현재의 벨기에, 네덜란드, 프랑스 북부지방을 일컫는 지역구분)의 페테르 루벤스, 야코프 판 라위스달과 같은 화가들은 풍경을 그림의 주제로 다루면서 이를 신화적, 종교적인 사건의 배경으로만 여기지 않고 이상화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표현했다. 북유럽 화가들은 그 자체로는 특별할 것 없는 장소이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생활을 영유하는 장소에 대하여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또한 평범하지만,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있고, 그들의 세월의 흔적을 살펴볼 수 있는 시골과 소도시 그리고 마을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18세기와 19세기 초의 영국 화가들은 이러한 유럽 대륙의 풍경화 전통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다. 영국에서 네덜란드와 지리적으로 가까웠던 앵글리아(East Anglia) 출신인 토머스 게인즈버러와 존 컨스터블은 네덜란드 거장들로부터 구성의 기술과 그림의 모티프들에 대하여 많은 영향을 받았다. 또한 영국 미술관들이 소장한 북유럽 풍경화 작품들이 다양하고 풍부했기 때문에 화가들은 풍경화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그림 그리는 일을 취미나 문화생활이 아닌 자신의 생계 수단으로 여겼던 화가들은 당시 대중들에게 인기가 있었던 이러한 17세기 화가들의 그림을 의도적으로 모방하기도 했다. 후원자의 지원을 받아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과거의 화가들과는 달리, 자신의 작품을 직접 팔아 돈을 벌 수 있음을 체험하게 된 당시의 화가들은 과거 거장들의 풍경화가 사람들에게 인기가 있는 작품 양식이라고 생각했고,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의 작품들이 이러한 거장들의 작품처럼 명작의 반열에 오르기를 바라기도 했다.
마인데르트 호베마 [농장] 1662
캔버스에 유채, 82x103cm, 루브르 박물관, 프랑스 © Photo RMN, Paris - GNC media, Seoul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NM) 지엔씨미디어 작품 보러가기 |
패트릭 네이스미스 [햄프셔의 링우드] 1830
캔버스에 유채, 랭커셔 베리 미술관, 영국 |
위 두 작품은 언뜻 보기에도 전체적인 그림의 구성과 색채감, 그리고 표현 방식까지 동일한 작가의 작품처럼 여겨질 정도로 유사함을 알 수 있다. 화면의 거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하늘과 구름의 움직임이 강조된 풍경화는 플랑드르와 네덜란드의 전통적인 풍경화의 양식이다. 또한 지평선을 강조함으로써 전경, 중경, 원경의 구분을 없애고, 단숨에 전경과 원경을 자연스럽게 이어 전체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 왼쪽 그림의 작가는 [미델하르니스의 가로수길]로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네덜란드의 화가 마인데르트 호베마이며 오른쪽의 그림은 영국 풍경화가인 패트릭 네이스미스(Patrick Naysmyth)의 작품이다. 이 두 그림을 통해, 당시 플랑드르 또는 네덜란드의 풍경화 작가들의 작품이 영국의 풍경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이외에도, 컨스터블은 뵈이낭스(Wijnants)와 라위스달(Ruisdael), T.S.쿠퍼(Thomas Sidney Cooper)는 알베르트 코이브(Aelbert Cuyp)의 작품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
사실 18세기 이전까지 다른 유럽 나라들에 비하여 국가적인 회화의 전통이 형성되어 있지 못했던 영국에서, 특히 풍경화의 입지는 크게 높지 못한 상황이었다. 특히 왕립 미술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활동했던 영국 화가들은 학생들의 콩쿠르에서조차 풍경화를 입상시키지 않을 정도로 풍경화를 경시하는 풍조가 강했다. 하지만, 문학과 문화 전반에서 일어났던 낭만주의 경향은 미술에도 영향을 주었으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관심을 기울인 이러한 사상과 더불어 18~19세기에 걸쳐 영국 풍경화는 비약적인 성장을 하게 된다.
영국 풍경화의 발달 : 낭만주의와 합리주의 사상의 발달

존 에버렛 밀레이 [버넘 협곡] 1891년
101.1x145.2cm, 캔버스에 유채, 맨체스터 시립 미술관, 영국
ⓒ Manchester City Gall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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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영어로는 Romantism은 18세기 유행했던 중세의 모험담을 가리키는 '로망(Roman)'에서 유래한 말이다. 프랑스에서는 소설을 가리키는 단어가 바로 '로망(Roman)'인데 이 역시 같은 어원을 가지고 있는 말이다. 로마네스크 시대와 중세의 고딕 시대에 대한 관심에서부터 출발한 낭만주의 사상은 18세기 중엽 계몽주의의 발전과 그 맥락을 함께한다. 기존의 종교 혹은 불합리한 제도에 반발하여 사람들은 이성에 대한 강한 믿음으로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거나, 아니면 감성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 공통으로 갖고 있었던 욕구는 바로 '자연으로의 회귀'였다. 합리주의자들은 자연이란 이성의 가장 근원적인 형태라고 이야기했으며, 낭만주의자들은 억제되지 않고 늘 변화하는 자연을 숭배했다. 또한 자연의 모습을 통해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하고자 했고, 과거의 문명에 대한 향수와 그 아름다움을 예찬하였다.
진경(珍景)이 토대가 된 낭만적인 풍경화들은 광대한 공간감과 자연의 변화, 시간의 흐름에 대한 감상을 느끼게 해주었다. 바다의 거친 풍랑, 산악 지방의 험한 산맥 등 자연의 내재된 에너지를 표현한 풍경화들은 자연이 인간에게 전달하는 다양한 감정을 시각적으로 전달하며 18세기 후반을 대표하는 낭만주의 회화의 대표적 이미지로 자리 잡는다. 이로써 영국 풍경화는 자연에서 느끼는 비장감, 장엄미 등을 보여주는 그림과 단순히 아름답고 감상적인 풍경을 보여주는 두 가지 종류의 새로운 미학을 형성하게 된다.
라파엘 전파(Pre-Raphaelite Brotherhood)의 대표적 작가로 잘 알려진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 존 에버렛 밀레이가 그린 이 풍경화는 스코틀랜드의 버넴 협곡을 그린 작품이다. 해 질 녘 협곡의 구불거리는 숲길을 걷는 여인의 뒷모습과 풍경은 안정된 구도와 서정적인 색으로 묘사되어, 자연이 주는 편안함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느끼게 해주고 있다.
과학의 발달과 객관적 관찰
미술사학자이자 비평가인 존 러스킨은 그의 [근대 화가들 제4권 Modern painters Vol.4, 1856]과 1857년 발간한 화가들을 위한 지침서인 [드로잉의 요소들 The Elements of Drawing]에서 "화가들은 최대한 근접하여 자연을 관찰함으로써, 자연 세계의 다양한 면을 보여주어야 한다."라고 했다.
18~19세기에 들어서 합리주의 정신과 함께 발전하게 된 과학 분야에서 화가들은 자연현상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과학자들은 화가들과 한 팀을 이루어 자신들이 발견한 혹은 발견할 자연의 현상들에 대해서 시각화된 자료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화가들로 하여금 좀 더 자세하고 세밀한 관찰을 통한 자연 그대로의 아름다움을 발견할 수 있도록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다. 있는 그대로 자연을 표현하는 것이 자신의 작업 목표라고 했던 컨스터블이 즐겨 읽던 책이 길버트 화이트(Gilbert White)의 [셀번의 자연사 Natural History of Selbourne, 1789]라는 점은 이러한 관점에서 매우 흥미로운 점이 아닐 수 없다. 컨스터블은 자연에 대한 이러한 관심을 곧바로 자신의 작품에 적용하여, 나무의 구조를 세세하게 분석하거나 자연현상의 변화에 관심을 기울였다. 그의 구름 연구(Study of Clouds) 연작은 이러한 관심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존 러스킨은 1847년의 [드로잉의 요소들]에 이 작품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저술했다. “윌리엄 헨리 헌트의 과일 작품들의 화려함은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순수한 색채들의 병렬 효과를 통해 나타난다. 헌트가 이러한 방법을 사용한 목적이 어떤 것이든지 간에, 그의 세세한 관찰에 따른 적절한 화법은 존경받을 가치가 충분한 모범적임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영국 풍경화의 계승과 영향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의 배경 정도로 인식되었던 풍경화는 약 200년의 세월이 지나 영국에 이르러 하나의 대표적 회화의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실제로 존재하는 장소를 사실적으로 그려내고, 자연 풍경에 대한 습작이 그 자체의 목적이 되어 전시회에 출품할 수 있게 되면서, 한 세기가 넘게 지속되어 온 풍경화의 변화를 위한 투쟁이 성공한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등장한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와 존 컨스터블은 현대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게 평가되는 영국의 위대한 풍경화가들이다.
윌리엄 터너 [타인머스] 1822년
종이에 수채, 23x15.5cm, 블랙번 미술관, 영국 ⓒ Blackburn Museum and Art Gallery 지엔씨미디어 작품 보러가기 |
존 컨스터블 [햄스티드의 브랜치 힐 연못] 1820년
캔버스에 유채, 60.5x45cm, 랭커셔 베리 미술관, 영국 ⓒ Bury Art Gallery 지엔씨미디어 작품 보러가기 |
자연을 세심하게 관찰하여 영국 특유의 소박한 풍물을 묘사한 컨스터블이 발견한 밝은 색채감과 초록색은 터너와 함께 근대 풍경화의 획기적인 전환을 가져왔다. 영국에서 큰 호응을 얻지 못했던 그의 색의 사용은 들라크루아를 비롯해 프랑스 인상파에게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평가된다. 터너 역시 영국을 대표하는 화가로 빛과 색에 대한 연구를 통해 수많은 풍경화를 남겼다. 특히 컨스터블이 초록색의 발견자라고 한다면, 터너는 하얀색의 화가로서 그의 배경의 밝은 부분에 사용된 하얀색 밑바탕 작업은 인상파 화가들의 밝은 색면 처리에 큰 영향을 주었다. 이들 모두, 풍경화를 새로운 권위의 중심에 끌어올리기 위해서 평생을 노력했다. 그들은 붓과 물감으로 우리에게 감동을 주기도 하고, 눈앞에 보이는 사실에 대하여 정직하게 탐구하고 세심하게 묘사했다. 이들의 작품은 영국 근대 풍경화의 특징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결과물임과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등장, 즉 자연의 빛을 화폭에 담고자 했던 인상주의와 영국 근대 회화와의 연관성을 잘 드러내 준다.
자연의 진실에 좀 더 다가가려 했던 영국 근대 풍경화는 풍경화를 단순히 보이는 풍경들의 묘사하는 개념으로 출발하여, 자연의 숭고미와 주변의 소소한 아름다움의 발견이라는 두 가지의 차별되는 아름다움의 개념을 만들었다. 또 다른 한편 그들이 자연으로부터 얻은 빛과 색채의 연구는 시각적 예술로서의 근대 회화 개념의 시작을 알리는 초석이 되었다.
결국 영국 근대 풍경화를 통해서 후대 화가들은 신화와 역사에 의존했던 그림의 소재와 아름다움을 다양화할 수 있었고, 회화의 기법적인 발전을 이룩하였다. 이러한 영국 근대 풍경 회화의 요소들을 통해서 우리는 독립적인 회화 장르로서의 풍경화의 발전 과정뿐만 아니라, 나아가 인상주의를 비롯한 근대 회화에 미친 영향력의 발판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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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러스킨
영국의 비평가 ·사회사상가. 예술미의 순수감상을 주장하고 “예술의 기초는 민족 및 개인의 성실성과 도의에 있다”고 하는 자신의 미술원리를 구축해 나갔다. 런던 출생. 런던의 부유한 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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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발행일 : 2010. 06. 18.
출처
제공처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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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현경 전시기획자
파리 4대학과 에콜 드 루브르에서 미술사와 박물관학을 전공했다. 현재 지엔씨미디어 전시학술을 담당하고 있으며, 프랑스 국립 퐁피두센터 특별전과 영국 근대 회화전을 기획했다.
[네이버 지식백과] 영국 풍경화의 기원 (사조와 장르, 김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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